시의 전개(시선의 이동)

이번엔 시의 전개 마지막, 시선의 이동에 대해 알아보자.

 

화자의 시선이란?

화자의 시선은 화자가 시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상에 고정되어 있기도 하고, 이동하기도 한다.

+) 초점이란?

-> 초점은 화자의 시선이 집중된 장면이나 공간 자체를 의미한다.

 

예를 한번 살펴보자.

 

차디찬 아침인데 /  묘향산행 승합자동차는 텅 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중략) /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 백석, <팔원 - 서행시초 3 >

 

-> 화자는 묘향산행 승합자동차 안에서 자동차를 타며 우는 나이 어린 계집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집중해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것이, 화자의 시선이자 초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시선 이동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시선 이동은 [원경->근경 / 근경 -> 원경]과, [외부-> 내부, 내부-> 외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씩 살펴보자.

 

(1) 원경 -> 근경 / 근경 -> 원경

-> 화자의 시선이 먼 거리에 있는 것(원경)에서 가까운 것(근경)으로 이동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원경(遠景)은 화자의 위치에서 먼 거리에 있는 풍경으로, 대략적이거나 단순하게 표현되는 반면, 근경(近景)은 화자의 위치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풍경으로 대부분 세밀하고 상세하게 묘사된다.

화자는 보통 시상을 전개하면서, 대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러한 시선의 이동을 사용한다.

 

원경에서 시작해 근경으로 끝나는 시를 하나 보도록 하자.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  낡은 기와집, //

산은 자하산(紫霞山) /  봄눈 녹으면, //

느릅나무 / 속잎 피어 가는 열두 굽이를 //

청(靑)노루 / 맑은 눈에 //

도는 / 구름.

                                - 박목월, < 청노루 >

 

-> 1연의 청운사, 2연의 자하산, 3연의 느릅나무, 4연의 청노루, 5연의 청노루 눈 속의 구름으로 시선이 이동함으로써,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시선이 이동되며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외부 -> 내부 / 내부 -> 외부

-> 화자의 시선이 화자의 외부에 있는 것에서 화자 자신(내부)에게로 이동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화자 자신의 모습에 주목하는 '내부'에서, 화자 주변의 풍경에 주목하는 '외부'로 혹은, 그 반대로 시선을 이동하며 시상을 전개한다.

 

마지막으로 내부 -> 외부로 시선이 이동한 시를 보고 마치도록 하자.

 

이 몸이 살았는가 죽어서 귀신인가 / 말하니 살았으나 모양은 귀산일다

한숨 끝에 눈물 나고 눈물 끝에 한숨이라

도로혀 생각하니 어이없어 웃음 난다

이 모양이 무슴 일고 미친 사람 되었고나

 

어와 보리가을 되었는가 전선 후산에 황금빛이로다

남풍은 때때 불어 보리 물결 치는고나

지게를 벗어 놓고 전간(田間)에 굽닐면서

한가히 베는 농부 묻노라 저 농부야

                                                                    - 안조원, < 만언사 >

 

-> 화자의 시선은 유배를 와서 고통스러운 모습을 '귀신', '미친 사람'에 빗대며 자신의 모습에 주목하는 '내부'에서, 보리가 익어 황금빛으로 변한 보리밭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를 주목하는 '외부'로 이동하는 것으로, 내부 -> 외부의 방식이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시의 전개 마지막 파트이다.

다음에는 이미지와 주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